노조와 회사간 임금 협상이 진행 중이다. 늘 그렇듯 회사는 적게 주려하고 노조는 정당한 몫을 받아내려 한다. 노조에 속해 있는 나는 밤에 일하기 때문에 노조 모임에는 거의 참석하지 못하지만 노조의 요청에는 최대한 협조하는 편이다. 얼마 전에는 노동절 공휴일에 일하지 말아달라는 전체 메일을 노조에게서 받았다. 사측에 압력을 가하자는 의미다. 공휴일에 일을 하면 1.5배의 임금에 대체휴일을 주기에 나는 대개의 공휴일에 일을 해왔지만 이번에는 노조의 뜻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쉬기로 했다. 다른 노조원들도 대부분 그렇게 했다. 어차피 공휴일에 일하지 않아도 그날치 일당은 받기에 그렇게 큰 손해를 입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S는 그날 일을 했다. S는 회사의 처우에 불만이 많고 항상 노조 회의에도 참석하는 사람이다. 노조를 통해 얻는 이익과 회사의 잘못을 따지는 일에 열을 올리는 사람인데 약간의 자기 이익을 포기해야 하는 이번 행동에는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동료들 몇이 뒷담화를 했다. 일을 꼭해야만 하는 형편에 처해 있다면 이해를 하겠으나 S는 싱글에 자녀도 없지만 집은 있는, 그래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형편이 나은 처지에 속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도 실망스럽지만 나는 다른 면에서 실망스러웠다. 사람들은 모르고 있지만 실은 그는 크리스천이다. 내가 목사였다는 사실을 알고 나에게 여러가지 신앙적인 질문도 많이 했었고 이런저런 상담도 해주고 그랬었다. S가 이번에 노동절에 일을 하겠다고 했을 때, 노동자들은 다같이 힘을 모아야 된다는 말도 해줬었는데 돈을 더 벌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약간의 희생도 감수하지 못하는 S같은 사람에게 예수를 믿는다는 건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다른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온갖 희생을 감수했던 예수의 십자가는 어떤 의미일까? 가난하고 약하고 억압받던 사람들과 함께 했던 예수의 삶은,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은, 그리고 그렇게 살았던 자신의 뒤를 따라오라는 예수의 명령은 S와 같은 신자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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