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December 25, 2010

설교 망치다

이번 설교는 실패였다.
이번 설교의 대상을 부모와 함께 예배하는 어린이로 잡았음에도
스토리텔링을 계획대로 해내지 못한 때문만은 아니다.
감정 이입을 하고 약간의 과장된 행동이나 발성을 섞어가며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나는 평상시에도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잘 하는 편이 아니니
설교 때 스토리텔링을 잘 못한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런 부분이야 얼마든지 고쳐나갈 수 있으니까..

정작 내가 설교를 망쳤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설교 준비에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부분이다.
나는 설교 준비를 얼마만큼 했느냐로 설교의 성공과 실패를 판가름한다.
물론 이 잣대는 순전히 내 설교를 판단하기 위한 잣대이다.
다른 사람이 얼마나 시간을 투자하는지는 알 수도 없고
투여된 시간의 질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 자신의 경우는 확실히 알 수 있다.
내가 얼마나 많은 양질의 시간을 설교 준비에 할애했는지..
딱히 정해진 시간의 양은 없다.
10시간도 좋고 20시간도 좋다.
내가 설교할 본문에 대해 나 스스로 충분하다고 여길만큼
연구하고 묵상하고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를 반복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단위에 올라가면
아무리 청중들의 반응이 좋아도 그 설교는 실패다.
엄밀히 말하자면 설교자의 실패라고 얘기해야겠지만
설교자와 설교를 분리할 수 없으니 설교가 실패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오늘은 그래서 기분이 좀 찝찝하다.
한국 교회의 문제는 목회자에게 설교는 시키면서
설교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정말 큰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한국 교회가 망하는 건 시간문제다.
오늘도 하루 종일 이런 저런 일을 하다가 단 위에 올라갔다.
그나마 틈틈히 설교문이라도 작성해놨기 때문에
단 위에 설 수 있었지만, 이런 시스템은 하루 속히 바뀌어야 한다.
어떻게? 교회 일을 줄이든지 공동 설교문을 사용하든지 하면 된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이 일을 현실화시킬 수 있느냐 하는데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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