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7월에 썼던 글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는 선언으로 시작하는 창세기 1장은 천지의 자연물들을 신으로 섬기는 고대의 신관에 강력한 저항을 가하는 말씀입니다. 창세기 기자는 자연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해 만들어졌음을 밝힙니다. 태양, 달, 별, 짐승 등 당시 사람들이 그토록 숭배했던 자연물들이 하나님에 의해 손쉽게 창조되었다고 선포합니다.
모세가 창세기의 기자라고 할 때, 이 이야기를 듣게 될 최초의 대상은 누구였을까요? 이집트를 탈출하여 광야에서 생활하고 있었던 히브리인들이었을 것입니다. 이집트에서 모진 핍박과 노동 착취를 당하면서 개인적, 민족적 자존감을 상실한 채 살아갔었던 그들에게 들려진 메시지의 첫마디가 바로 그들의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한 하나님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창세기 1장 1절의 선언이 놀라운 이유는 그 말이 의미하는 바가 당시의 종교관을 완전히 뒤엎는 수준의 혁명적 발언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는 별 감흥 없이 들릴 수도 있지만, 당시 자연의 많은 개체들을 각기 신으로 모시고 살던 시대에, 일개 탈출 민족의 하나님이 유일한 신이며 그 신이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창조했다는 선언은, 당대 초 강대국이었던 이집트의 종교관을 완전히 뒤집어 엎는 놀라운 발언이었을 것입니다.
이집트는 해와 달을 비롯한 자연물들의 힘을 의인화하고 그것들을 신으로 섬겨왔습니다. 그런데 이집트인들에게 멸시 받고 천대받던 히브리인들의 입장에서, 이집트가 섬기던 자연물들이 사실은 아무 것도 아닌 하나님의 창조물이라는 사실은 그야말로 그들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엄청난 선언이 아닐 수 없었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하나님은 세상의 모든 것들과 구별되게 인간만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었다는 내용은, 멸시와 천대 속에 살았던 히브리인들의 자존감을 회복시켜주는 강력한 힘이 담긴 말이었을 것입니다. 이집트에서 노예처럼 살아왔지만 우리는 본래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만들어진 사람들이라는 이 기쁜 소식이 얼마나 그들의 정체성 확립에 도움을 주었을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동일한 메시지가 우리에게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 우리의 마음 속에는 창세기의 창조이야기가 울려 퍼져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위해 온 세상을 만드셨을 만큼 우리를 사랑하신다! 사람들은 나를 무시할지라도 나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졌다! 는 이 위대한 선포가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서 끝없이 울려 퍼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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